20년 전 기획안을 19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끝에 완성하게 된 영화
<위대한 침묵>의 기획부터 촬영하기까지의 과정
구름 같은 영화. 이 프로젝트에 대한 필립 그로닝 감독의 첫 단상이었다. 침묵에 관한 영화를, 엄격한 수도원의 규율 내에서 살아가는 수도사들에 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작품에 대한 감독의 단상은 변함없었다. 구름이란 무엇인가? 말로 다 설명하긴 힘들다. 제각기 다 다르기 때문이다.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또 그 생각들이 하나하나 다 옳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 틀리거나 잘못된 것은 없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이 느끼고 판단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그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본인 스스로가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해답이기 때문이다.
1984년 침묵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감독은 카르투지오 수도원이 적격이라 판단, 이 곳을 영화화하기로 결심하면서 카르투지오 수도회의 수도사들을 처음 만났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뒤 그들은 이 프로젝트는 아직 시기 상조라며 ‘10년이나 13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999년, 감독은 수도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아직 그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있냐고.
수도원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그로부터 15년 전의 기획안 검토부터 시작, 카르투지오 수도원의 영화화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2002년부터 촬영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2년간의 촬영 기간과 또 다시 만 1여 년간의 편집시간… 필립 그로닝 감독은 <위대한 침묵>을 구상한지 총 20여 년 만에 영화를 완성하게 되었다.
이례적으로 카르투지오 수도원의 촬영 허가를 받은 것은 필립 그로닝 감독이 수도원장과 오랜 세월 믿음을 쌓아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들은 최소한 7년간 다른 이들에겐 수도원의 촬영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계약 역시 맺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촬영을 허가하지 않았던 전례를 미루어볼 때 카르투지오 수도원에 관한 어떤 영상이나 영화는 <위대한 침묵> 이 한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수도원에서 함께 생활하지 않으면 그들의 리듬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수사들과 함께 엄격한 규율에 맞춰 생활하며 촬영한 영화
촬영 허가가 떨어진 후 감독은 수도원 내에 머물며 여느 수도사들처럼 독방에서 생활했다. 수도사들의 삶을 직접 체험한 것이다. 같이 살지 않으면 그들 삶의 리듬을 따라갈 수 없고, 그러면 영화의 주제상 필요한 리듬 역시 잡아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설거지와 청소, 정원일을 하며 수도원의 의식과 일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직접 은둔자의 삶을 체험하고 수도사들의 세계를 여행하며, 고전적인 의식과 현대적인 창조 작업 사이를 오갔다. 때문에 필립 그로닝 감독은 영화 감독으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2~3시간에 불과했다.
촬영을 시작할 때 수도원에서는 몇 가지 조건을 걸었다. 첫째, 인공 조명을 사용하지 말 것. 둘째, 자연적인 소리 외에는 어떤 음악이나 인공적인 사운드를 추가하지 말 것. 수도원의 삶에 대한 어떤 해설이나 논평은 금할 것. 넷째, 다른 스탭 없이 혼자 촬영할 것. 외에도 몇 가지 조약들이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감독에게 제약이 될 수 없었다. 그들이 내건 조건이야 말로 감독이 처음 이 영화를 구상할 때부터 생각한 컨셉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덕분에 감독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만 했다. 카메라를 작동하고, 사운드를 녹음하고, 20kg이 넘는 장비를 혼자 날라야 했다.(물론 장비를 이동할 때는 수도사들의 말없는 도움이 있었다.)
2002년 봄과 여름의 4개월, 2003년 겨울 3주, 그리고 2003년 12월 말 3일, 이렇게 총 2년에 걸쳐 6개월간 촬영이 진행되었다, 이 진귀한 촬영분은 긴 극장용 버전, 비교적 짧은 해외 TV용 버전을 비롯해 사진집과 CD로고 제작되었다. 70만 유로의 제작비가 든 <위대한 침묵>은 35mm와 슈퍼 8mm, HD캠 등으로 촬영되었으며, 극장 상영본은 매일 49분 분량의 테잎 하나씩 총 120시간 정도 촬영된 HD 촬영분을 마스터링하는 등의 작업을 거쳐 35mm 필름으로 완성하게 되었다.
--2009년 12월 한국 드디어 상륙
--전국 대도시 일부 예약 상영
--자막이 필요없는 순수 자연의 소리만 나는 영화
숲정이 2월14일자 맨 뒷면에 소개된 영화입니다. 극장에서 못보신분들을 위해 본당에서 상영할까 합니다. 사순절에 좋은 묵상이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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