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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0-04-03 11:20
부활하신 예수님, 성화 속에서 만나다
 글쓴이 : 고충곤
조회 : 14,021  

[부활 특집] 부활하신 예수님, 성화 속에서 만나다

죽음의 강을 건너 영원한 생명의 땅으로

"알렐루야! 알렐루야! 주님께서 부활하셨도다."
 인류 역사상 이보다 더 극적인 반전이 어디 있는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 나셨다. 죽음의 강을 건너 영원한 생명의 땅으로 우리를 데려오셨다. 예수의 부활이 있었기에 그리스도인의 삶은 죄에서 은총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겨갈 수 있는 것이다. 인류 구원사의 절정인 예수의 부활 여정을 성화로 묵상한다.

▨ 묻히시다
이 사람(요셉)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내 달라고 청하자, 빌라도가 내주라고 명령하였다. 요셉은 시신을 받아 깨끗한 아마포로 감싼 다음, 바위를 깎아 만든 자기의 새 무덤에 모시고 나서, 무덤 입구에 큰 돌을 굴려 막아 놓고 갔다.(마태 27,58-61)

▲ 라파엘로 '그리스도의 시신을 옮김'(184×176㎝, 1507년)

인물들 몸짓과 표정이 매우 사실적이다. 왼편 두 남자는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으로 시신을 옮기느라 끙끙대며 뒷걸음친다. 어깨를 치켜올리고 머리를 뒤로 축 늘어뜨린 그리스도의 몸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 같은 형상이다.
오른편 성모 마리아는 아들의 수난과 고통에 슬퍼하다 마침내 혼절했다. 금세 땅바닥에 주저앉을 만큼 초주검이 된 성모 마리아는 보는 이의 눈물을 자아낸다. 골고타 언덕에는 시신을 끌어내린 빈 십자가가 덩그러니 남아있다.
 

▨ 부활하시다
# 안식일이 지나고 주간 첫날이 밝아 올 무렵,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보러 갔다… 그때에 천사가 여자들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찾는 줄을 나는 안다.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말씀하신 대로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와서 그분께서 누워 계셨던 곳을 보아라."(마태 28,1-7)

▲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부활하는 예수'(225×200㎝, 1463년)

 부활하신 예수가 지금 막 석관에서 나오기 위해 한쪽 발을 관 위에 올려놓고 있다. 오른손에 부활을 상징하는 흰깃발을 들고 있다. 예수의 엄숙한 무표정에서 승리의 기쁨보다는 심판과 경고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런데도 경비병들은 군장을 갖춘 채 쿨쿨 잠을 자고 있다.
 부활한 육신은 어두운 산 그림자를 배경으로 두르고 있다. 왼쪽에는 잎이 떨어져 앙상한 나무가, 오른쪽에는 잎이 무성한 나무가 있다. 죽음의 세계에서 영생의 세계로 건너감을 상징한다. 석관의 수평 마감과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의 완만한 흐름이 지하ㆍ지상ㆍ천상의 영토를 나눈다. 죽음과 삶과 부활이 한 폭에 겹쳐져 있다.
 

▨ 나를 붙들지 마라
예수님께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하고 전하여라." 마리아 막달레나는 제자들에게 가서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하면서,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하신 이 말씀을 전하였다. (요한 20,17)

▲ 코레조 '나를 붙들지 마라'(130×103㎝, 1522~25년)

 마리아 막달레나는 부활한 그리스도와 마주치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스도는 머리와 몸을 싸고 있던 수건과 수의를 벗어 버리고 푸른색 망토를 걸친 채 나타났다. 발 뒤에 사흘 전 무덤을 팠던 곡괭이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스도는 천상에 이르지 않았으니 자신을 붙잡지 말라는 듯 왼손으로 하늘을 가리켜 보인다.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에 새로이 눈뜬 이탈리아 르네상스 특유의 심미안적 해석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 엠마오에서 제자들과 저녁식사를 하시다
 그들은(제자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루카 24,29-32)

▲ 카라바조 '엠마오의 저녁식사'(141×196.2㎝, 1601년)

 제자들은 처음에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보지 못했다. 예수를 엠마오에 있는 어느 집에 모셔와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야 눈이 열려 스승을 알아보았다.
 예수 표정이 고요하다. 예수가 왼손을 빵 위에 올려 놓고 오른손을 들어 감사기도를 드리려는 순간 제자들 눈이 열렸다. 제자들 표정이 흥미롭다. 오른편 제자는 의혹과 경악에 사로잡혀 두 팔을 벌린 채 입을 다물지 못한다. 건너편에 앉아있던 제자는 얼마나 놀랐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려고 한다.

 
▨ 토마스가 의심하다
토마스는 그들에게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하고 말하였다… 예수님이 토마스에게 이르셨다.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토마스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5-28)

▲ 마티아 프레티 '의심하는 토마스'(187×145.5㎝, 1656~1660년)

 토마스는 대담하게도 손가락을 스승의 상처에 넣어 보지만 차마 상처를 쳐다보지는 못한다. 의심에 대한 후회와 나약한 믿음에 대한 자책감 때문일 것이다.  토마스의 의심은 현대인의 나약한 믿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믿음 없는 자가 굳이 손으로 상처를 더듬는 것은 가슴 속에 도사린 불신이 캄캄한 어둠을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수는 토마스에게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셨다.

 
▨ 하늘에 오르시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때와 시기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권한으로 정하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이르신 다음 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사도 1,6-9)

▲ 니콜라우스 베르둔 '그리스도의 승천'(12세기)

 사도들이 하늘로 오르는 그리스도의 하반신 일부를 지켜보고 있다. 중세 고딕의 뛰어난 수공업자 베르둔이 도금한 청동판에 법랑을 입혀 채색한 작품이다. 중세 독일에서는 흔히 그리스도의 하반신 일부만 화면에 넣어 그분의 승천을 암시했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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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2010.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