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도지사가 보고 온 건 허깨비인가?
자전거 팔도기행 2010/06/09 12:25 솔푸른신륵사 여강선원에서 맞는 아침.
_?XML_:NAMESPACE PREFIX = O />
신륵사 안에 있는 여강선원에서 자전거여행 이튿날을 맞았다. 어제 저녁에는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여강선원에 도착해, 신륵사 근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간 준설공사 현장 외에 여주시 남한강 일대에 산재해 있는 다른 공사 현장을 미처 둘러보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난 후 바로 현장을 찾아갔다. 어제는 여주시로 진입하면서 이포대교 근처 남한강 제3공구 공사 현장을 보았고, 오늘은 6공구 공사현장을 둘러보았다. 이곳의 공사 현장 역시, 대규모 준설공사가 진행중이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강바닥을 준설한 후에 생긴 모래와 흙과 자갈을 쌓아 놓은 적치장이었다.
남한강 주변의 전설토 적치장 일부분.
공사 현장을 찾아가는 길에서부터 그런 적치장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공우산도 아니고, 강바닥에서 파낸 흙 등으로 남한강변에 수없이 많은 토산들을 쌓아올리고 있었다. 토산의 높이가 보통 30m 높이였고, 넓이가 크게는 축구장 4개만한 적치장도 있었다.
적치장 모두 준설을 서두른 탓에 방진막조차 설치하지 않았고, 준설토에서 흘러나온 물을 침전시키기 위해 파놓은 구덩이 역시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 대량의 준설토가 매일 같이 쏟아지면서 준설토를 쌓아둘 곳이 부족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준설토 적치장을 운영할 때는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방진막과 방음막을 설치하게 되어 있는데, 현재 여수 지역에서 운영 중인 적치장에는 그런 기준을 만족하고 있는 곳이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준설토 적치장이 불법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 준설토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처치 곤란이라는 것이다. 강바닥을 파헤치느라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준설토를 쌓아놓고는 있는데, 그 후 그 준설토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농경지 리모델링이라는 이름으로 강바닥에서 파낸 흙을 농지를 개량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정도로 이 어마어마한 양의 준설토를 얼마나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애초 건설용으로 쓰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준설토 중엔 상당량이 건설에 부적합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미 서울 남산의 10배나 되는 양의 토사를 준설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남한강에서 진행 중인 준설은 단순한 준설에 그치지 않고 다이너마이트로 강바닥의 암반까지 깨부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산산 조각난 바위들 역시 여기저기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강천보 공사 현장. 같은 날 같은 장소를 김문수 도지사도 다녀갔다. 건너편 숲과 바위가 수달 서식지.
이호대교에서 바라본 강천보 공사 현장.
대책이 없기는 강천보 공사 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강천보 교각 높이가 무려 13m다. '보'가 사실상 '댐' 공사 수준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 셈이다. 보 안쪽에 물을 가두고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자는 게 보를 건설하는 이유인데, 이곳에서 홍수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물을 가두어둠으로써 발생하는 수질 악화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정부는 현재 이런 보를 4대강에 16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강천보 근처에서는 물막이용으로 쌓아놓은 흙더미를 다시 허물면서 흙탕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강천보 주변은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있는 수달의 서식지다. 하지만 보와 준설공사로 이들의 서식지가 완전히 파괴될 운명에 처해 있다. 이전에 강천보 근처에 있는 '바위늪구비'가 파괴되면서 멸종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의 서식지가 파괴된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이곳 공사 현장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생물종이 몇몇 동식물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과 물의 흐름을 막는 보 건설로 한강의 자연 생태계가 심각한 파괴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4대강사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 내용을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의문투성이다. 그런데도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는 8일, 남한강 6공구 강천보 건설 현장을 방문하고,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다른 지역에서 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게 도대체 말인지 소인지 모르겠다. 그의 말을 들어 보면 마치 전국의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이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는 말투다. 그러면서 앞으로 "사업의 장단점이 제대로 홍보가 안 돼 있어서,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어서 반대가 많은 것"이라며, "앞으로 이런 부분을 잘 알려야 한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참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다. 그 말들은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말들과 똑 같다. 김문수 도지사는 앵무샌가?
도대체 김문수 도지사는 그 귀한 시간에 6공구까지 찾아가 보고 온 것이 무엇이기에 그토록 자신감에 넘쳐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것일까? 정말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김문수 도지사는 대체 무엇을 보고 온 것일까?
여기서, 8일 김문수 도지사가 여수 남한강까지 가서 보고 온 것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해 보자. 마침 김문수 도지사가 방문했다는 그 날 그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이 있다. 김문수 도지사 본 것과 똑 같은 것들이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사진은 다소 평면적이다. 이 장면들을 현장에 직접 가서 보면, 상황은 더욱 더 끔직하게 다가온다. 어떻게 한강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강은 지금 아수라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지옥경을 방불케 한다.
김문수 도지사에게 묻고 싶다. 정말 이 사진들을 보고도 4대강 사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만약에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그런 말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너무 가소롭다.
버드나무 군락지를 밀어내고 있는 광경. 멀리 준설토 적치장도 보인다.
강바닥을 온통 파헤치고 돌아다니는 굴삭기들.
홍수에 대비해 물막이 흙더미 일부를 제거하고 있는 굴삭기.
모래톱이 살아 있는 섬강(남한강 지류). 한강도 원래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
섬강에서 흥원창 가는 길.
섬강과 남한강 합수 지점. 고려 조창이었던 흥원창에서 바라본 모습.
청주 가는 길에 마주친 여우섬. 개발이 진행되면 이 역시 사라질 운명이다.
아래 사진들은 여강선원에서 전시하고 있는 것들이다. 이전의 남한강변 모습과 현재 4대강 사업이 진행된 결과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바위늪구비, 공사 전후의 모습.
남한강변 모래사장이 파괴된 모습.
습지가 파괴된 모습.
이호나루터 공사 전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