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나눔생활 > 자유게시판  
 
작성일 : 2010-08-06 14:18
김태윤 안드레아 신부님께!
 글쓴이 : 지요한
조회 : 12,056  

김태윤 안드레아 신부님께!


신부님! 요즘 날씨는 덥다는 의미를 넘어 찐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온 몸이 지칠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언가 하려 하면 금새 얼굴을 타고 내려오는 땀방울로 인해 온 몸은 어느새 흠뻑 젖어 의욕을 잃게 만들곤 한답니다.


건강하신지요? 신부님을 뵈온지도 벌써 3달이 되었습니다. 남들은 3달이 뭐 그리 오랜 기간인 것처럼 말을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에겐 긴 시간처럼 느껴지네요. 어두운 밤하늘 아래 신부님과 운동장을 거닐며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던 지난날이 저의 얼굴에 미소를 만들어 주었답니다.


신부님! 서학동으로 온지도 이제 2년이 넘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엊그제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아마도 제가 행복하다는 이유겠지요?

기쁘면 기쁜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화나면 화나는대로, 우울하면 우울하는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참다운 행복의 길임을 깨닫게 된 소중한 2년이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슬퍼할 수 없고, 슬픈 마음으로 즐거울 수 없고, 화난 마음으로 웃을 수 없고, 우울한 마음으로 행복할 수 없듯이 저에게 주어진 제가 원한 삶들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임이 행복의 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그 가운데에서 좀 더 하느님을 알기 위해 찾아 떠나는 여정길임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저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어 주시는 분이신지 신부님은 모르시죠? 신부님께서는 저에게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대로 보여지는 요한이의 모습이 바로 요한이의 순수함이야” 라고 하신 말씀은 저에게 너무나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제 자신이 순수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일상 중에서 글을 쓰면서도 제가 쓴 글에 담긴 내용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신부님께서는 저에게 순수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순수하다는 것은 얼굴에서 비춰지는 모습이 아닌 하느님을 갈망하며 하느님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땀방울임을 말이에요. 그래서 저도 신부님께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하느님을 찾아 순례를 한답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순수한 마음을 지니게 되겠죠?


신부님! 저는 늘 행복한 거 같아요.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에도 행복하고, 매일 미사에 참례할 때에도 행복하고, 글을 쓸 때에도 행복하고, 신부님께 편지를 쓸 때에도 행복하고.... 이렇듯 저에게 행복을 안겨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행복은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임을 다시한번 깨닫습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행복하실 신부님을 위해 행복한 요한이가 기도드리겠습니다.


-2010. 8. 소나기 내리는 여름날에 지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