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고 갈 땐 공주급 호위와 예우, 그 곳에선 '꽃'대접을 받았다.
'내가 뭐길래-.'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고, 으쓱~ 얄팍한 자만의 블랙홀에 막 빠져들려는 순간, 십자가의 예수님 모습이 첫눈에 들어왔다.
손과 발이 작은 나는, 야구글러브처럼 유난히 크고 뭉툭한 손과 통굽 워커처럼 단단한 두 발의 예수님 모습이 교육 내내 눈에 밟혔다. 그것이 봉사와 희생, 그리고 자신의 손길마저 희미하게 거두시고 마치 우리가 한 것처럼 자리를 비켜주시는 주님의 겸손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을 땐 뭉클하고 장엄해졌다.
'허무로다, 허무'로 시작되는 마지막 날 새벽미사의 제 1독서.
'지식과 지혜와 재주를 가지고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그 모든 노고와 노심으로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예닐곱 줄의 구절은 밤새 윙윙 맴돌다 쿵쿵 못을 박은 듯 또렷이 새겨졌다. 나를 향해 정통으로 죽비를 내리친 주님의 촌철살인은 충격적이었다.
그 많은 성경 중에, 그 중 가장 부족한 나에게, 1박 2박도 아니고, 3박4일(난생처음 규태와 떨어져), 바로 그 시간 그 자리에, 처음으로 해본 독서에, 갑자기 발표자가 바뀌어 얼떨결에 발표한 감상문까지-. 나를 이끄신 주님의 사인은 무엇이었을까?
오락가락하던 장마는 교육과 함께 끝났는지 하얀 뭉게구름이 평화로웠다.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아야 하리.
그저
기도하고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야 하리.